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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칠레 와이너리 직원들은 왜 자전거를 타고 다닐까
  • 2022.01.05.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와인 수요 증가
와인의 대중화로 소비자 눈높이도 높아져
와인 시장, 기후위기와 ‘클린이팅’ 트렌드 영향 받아
맛 뿐 아니라 재배 방식과 성분 확인 늘어나
친환경 재배ㆍ첨가물 줄인 ‘자연주의’ 와인 확산

[리얼푸드=육성연 기자]뜨거운 햇빛 아래, 드넓은 포도밭 농장에서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이유는 단 하나. 탄소 배출을 없애기 위해서다. 칠레의 대표 친환경 와이너리(Winery, 포도주 양조장)인 코노수르(Cono Sur)는 자동차 이용을 금지해 모든 직원이 자전거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무거운 와인병 또한 가벼운 것으로 바꿨다. 이러한 수고스러움 덕분에 코노수르는 지난 2007년 와이너리로는 세계 최초로 탄소 배출 0%인증(Carbon Neutral)을 받았다.

세계 최초로 탄소 배출 0% 인증을 받은 코노수르(Cono Sur) 와이너리 [신세계 L&B제공]
세계 최초로 탄소 배출 0% 인증을 받은 코노수르(Cono Sur) 와이너리 [신세계 L&B제공]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직원의 희생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 와이너리는 친환경 재배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무첨가’ 와인도 트렌드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맛이 밋밋하다’는 편견으로 유기농 와인· 내추럴 와인이 주목받지 못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농약이나 살충제는 물론 와인 속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은’ 와인이 되레 대세로 떠오르는 것이다.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와인 트렌드는 무첨가·친환경

이러한 트렌드는 기후위기 인식과 푸드 트렌드를 이끄는 ‘클린이팅(clean eating)’의 영향을 받았다. 와인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식품 중 하나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오는 2050년이면 현재 와인 재배 지역 중 3분의 2가 포도재배에 적합하지 않은 기후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영양이 풍부하면서도 더 깨끗한 식생활을 추구한다는 클린이팅이 각광을 받으면서 와인 역시 첨가물을 넣지 않고 최대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제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전보다 ‘대중화된’ 와인의 영향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나 홈파티 문화가 정착하면서 주류 중에서도 와인 수요는 눈에 띄게 늘었다. ‘와인을 좀 안다’는 ‘와인 박사’들이 많아지면서 와인을 고르는 소비자 눈도 까다로워지고 최신 트렌드에 보다 민감해진 것이다. 글로벌 미식 업계에서 독보적 권력을 가진 여행안내정보서 미슐랭(Michelin)은 트렌드 보고서(2020)에서 와인 전문가 말을 인용해 “소비자들은 와인의 정확한 정보에 대해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탄소 배출량이 적고 화학첨가물이 없는 와인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 와인은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신세계L&B 주류전문매장 와인앤모어의 지난 2020년 친환경 와인(유기농, 바이오다이나믹, 내추럴, 비건 와인 등) 매출은 전년 대비 300% 이상 증가했다. 가장 규모가 큰 청담점 매장의 경우 친환경 와인은 170여 종에 달한다. 이경화 와인앤모어 바이어는 “친환경 코너를 따로 마련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면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가치소비 트렌드에 따라 국내 주류 유통 기업에서도 친환경 와인을 늘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EU농식품 캠페인의 한국지사를 맡고 있는 김대열 대표는 “와인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양조 과정에서 사용하던 첨가물들이 이제는 보다 건강한 생산을 위해 줄어드는 추세”라며 “유기농 와인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맛을 넘어 와인 ‘성분과 재배 방식’ 고른다
 거위 등을 이용한 친환경 와이너리 코노수르 모습 [신세계 L&B제공]

‘자전거 와인’으로 유명한 코노수르 와이너리의 경우, 포도밭에 화학물질을 뿌리는 대신 벌레를 잡아먹는 거위를 풀어놓는 등 친환경 농업법을 이용한다. 관개수도 모두 재활용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양만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이처럼 친환경적인 와인은 포도재배부터 양조, 보관과 운송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와인을 일컫는다. 국가마다 인증 및 기준이 다르나 보통 유기농(Organic) 와인, 바이오다이나믹(Biodynamic Wine) 와인, 내추럴(natural) 와인, 비건(vegan) 와인 등으로 불려진다.

EU 유기농 라벨이 있는 스페인산 와인[EU 농식품 캠페인 제공]

유기농 와인은 각국의 유기농법 규정에 따라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를 (제한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경작한 포도로 만든다.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의 경우 유기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포도밭 내에 다양한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달과 별의 위치를 고려한 달력에 맞춰 포도를 재배한다. ‘자연주의 와인’을 말하는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또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기본으로 만든다. 여기에 어떠한 인위적 개입없이 오직 포도가 가진 성분만을 그대로 담는다. 비건 와인은 모든 생산 과정에서 계란 흰자나 동물의 콜라겐에서 얻은 젤라틴 등 동물성 물질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음을 뜻한다.

비건 샴페인 르그레 미네랄(Legret Mineral) [신세계 L&B제공]

업계 관계자는 “이전과 달리 현재는 기술이 발달돼 유기농 와인의 맛도 훌륭하다”며 “유럽에서는 자연으로 돌아가겠다는 경영철학이 특히 젊은 CEO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열 EU농식품 캠페인 한국 대표는 “친환경 와인 시장이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기농법의 포도농장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와인을 구매하는 일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은 물론 지구환경에도 좋은 ‘맛있는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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