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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3분의 1’ 이금기 신후이 공장에 가보니…[이금기 공장에 가다①]
  • 2024.12.09.
1.3㎢ 규모의 중국 신후이 공장 방문
3000개 대두 발효통에서 간장 제조
전 세계 6개 공장·첫 해외 설립은 美
100개국에 총 3000개 제품 수출중

중국 신후이 이금기 공장은 여의도 면적의 3분의 1수준인 약 1.3㎢에 달한다. [이금기 제공]

[리얼푸드(홍콩·중국 광둥성)=육성연 기자] 홍콩에서 차로 3시간 30분. 중국 광둥성 신후이의 ‘이금기’ 공장에 들어서자 구수한 콩 발효 냄새가 진동했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거대한 공장 크기에 냄새는 근처 지역까지 퍼져나갔다. 공장 부지는 여의도 면적(4.5㎢)의 3분의 1 정도인 약 1.3㎢에 달했다. 글로벌 소스기업 이금기의 전 세계 생산단지 중 가장 크다.

익숙했던 발효 냄새는 간장 원액 발효통에서 나왔다. 한 통에 무려 60톤의 간장이 들어간다. 이런 탱크가 3000개 이상 빼곡했다. 토미목(Tony Mok) 신후이 공장장은 “항아리나 대나무통에서 간장을 발효했던 전통 방식을 구현하기 위해 현대식으로 개발된 탱크”라며 “식용 유리 재질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간장 탱크는 실외에 있었지만, 가까이 보기 위해선 위생모자를 착용해야 했다. 철저한 위생관리를 위해서다. 탱크통에서 대두는 보통 3~6개월 발효되고 있었다. 증기로 익힌 대두에 코지(koji·누룩)를 넣고 40시간 발효한 다음, 간수를 넣고 다시 발효한다. 모든 대두는 논지엠오(NON-GMO,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를 사용한다.

토미목 공장장은 “대두 발효 설비는 가장 민감한 공정 시설”이라며 “습도·온도 등 모든 생산과정을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신후이 공장은 2015년 자동발효시스템인 ‘연속증숙설비’와 ‘누륙균발효 원반시스템’을 설치했다. 시간당 4만8000병을 생산하는 고속 생산라인도 갖췄다.

신후이 공장 내 간장 발효 탱크통 모습. 중국 광둥성=육성연 기자
증기로 익힌 대두에 코지(누룩)를 넣고 발효하는 모습 [이금기 제공]

간장은 이금기에서 굴소스 다음으로 판매량이 많다. 간장을 비롯해 새우장, XO소스, 칠리소스, 치킨파우더 등 다양한 소스가 있다. 새우장은 중국에서 굴소스처럼 많이 쓰인다. 국내에선 새우젓과 비슷해 판매하지 않는다. 소스 외에도 스낵, 간편식, 건강기능식품도 있다. 약 300가지 품목에서 총3000개 이상의 제품(용량별 구분 포함)이 나온다.

신후이 공장은 환경 보호의 투자에도 힘쓰고 있었다. 글로벌 친환경 건축평가 시스템 ‘LEED’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 약 5만㎡의 창고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설비(패널)도 설치돼 있었다. 토미목은 “두 곳의 폐수처리시설에서 하루 만 톤의 폐수를 정수하는데, 화장실, 공장 세척 등으로 재활용된다”고 말했다.

현지 공장은 홍콩 본사에도 있다. 다음날 찾아간 홍콩 신계 지역의 본사에서는 굴소스 공정 시스템을 볼 수 있었다. 2010년 설비된 3층 구성의 시스템이다. 3층에서 가열 농축한 굴 추출물이 파이프를 통해 2층 스틸탱크로 보내지면 여기서 소스가 제조된다. 설탕, 옥수수 전분 등을 더해 배합된 소스는 1층으로 이동돼 포장된다.

신후이 공장에서 이금기 굴소스와 간장이 포장되고 있다. [이금기 제공]
이금상 이금기 창립자(왼쪽), 이금기역사박물관에 재현된 굴소스 탄생 모습 [이금기· 육성연 기자]
이금기 홍콩 공장에 진열된 이금기 제품들. 중국 광동성=육성연 기자

사실 굴소스는 회사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다. 19세기 말, 이금상 창립자가 굴 요리 중 불 끄기를 깜빡 잊어버려 모두 졸아든 굴요리에서 탄생됐다. ‘의외로’ 훌륭했던 감칠맛에 그는 본격적으로 굴소스를 만들어 팔았다. ‘실수’로 만든 굴소스가 135년 후엔 글로벌 기업의 대표 소스가 된 것이다. 현재 이금기의 수출국은 100여 개국이다.

공장 안에는 이금기 역사박물관도 있었다. 굴소스 탄생 일화를 재현한 조각상도 있었다. 이금기 초기 때 팔던 제품부터 공장 설립 당시의 사진도 볼 수 있다. 공장은 전 세계에 6개가 있다. 1988년 홍콩 공장을 시작으로 1991년 미국 LA, 1996년 중국 신후이 공장, 199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998년 중국 광둥성 황푸, 그리고 2019년 중국 지닝시 공장을 세웠다.

첫 해외 공장이 미국이라는 점은 흥미로웠다. 앨리스장(Alice Zhong) 이금기 홍보총괄은 “이금기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출발점은 미국의 서부 개척시기(1850~1890년대 미국의 영토 확장 시대)였다”며 “당시 중국인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많이 이동하면서 미국 수출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금기의 전 세계 시장에서 미국은 1위인 중국 다음으로 크다.

이금기 홍콩 공장에 진열된 3000여개의 제품들 [이금기 제공]

아시아에선 일본 시장이 가장 크지만 한국도 중요한 지역이다. 한국은 1996년부터 오뚜기가 독점 유통한다. 진정기 이금기 한국 총괄이사는 “한국 시장에서 외식업체와 식품기업의 매출 비중은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일반 소비자 시장(소매점 매출)보다 훨씬 크다”며 “중식당뿐 아니라 많은 식품제조기업이 재료로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을 위해 따로 개발한 제품도 있다. 마늘을 좋아하는 한국인을 위한 ‘갈릭 굴소스’, 한국식 자장면에 넣는 ‘원스탑 춘장’, 그리고 ‘훠궈 마라탕소스’다. 진정기 총괄이사는 “마라탕 열풍으로 ‘훠궈 마라탕소스’가 많이 팔린다”며 “기존보다 더 매운 ‘3단계 제품’도 개발 중인데 이것도 한국만을 위한 제품”이라고 했다.

향후 주목할 만한 제품으로는 치킨파우더를 꼽았다. 그는 “소고기 맛 위주의 한국 육수 시장이 최근 치킨 육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간편하게 육수를 만들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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