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건강, 면역력 향상에 중요한 영향 미쳐
-장 내 유익균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식이섬유’
-장이 건강하려면 ‘소식’과 식이섬유 풍부한 ‘식물성 위주의 식단’ 필요
[리얼푸드=육성연 기자]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만들어낸 최고 인기 단어는 단연 ‘면역력’이다. 전 세계가 면역력 향상을 위해 비타민C나 각종 건강기능식품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리가 놓친 부분이 있다. 바로 장(臟)건강이다. 남기선 영양학 박사는 장 건강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면역력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관은 장”이라며 “장 건강은 면역력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남기선 박사가 말하는 장 건강의 비법은 나와 장 내 미생물과의 ‘공생’(共生)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 식단을 통해 서로에게 유익함을 주고받는 사이를 말한다.
풀무원 건강관리 식단 브랜드 ‘잇슬림’ 사업부장인 남기선 영양학 박사 |
▶잘 몰랐던 ‘장 건강’, 최근 중요성이 부각된 이유=남기선 박사는 서울대 영양학 석사를 받고 미국에서 박사를 취득한 영양학 전문가이다. 지난 2008년 풀무원의 식생활연구실에 입사해 교육사업 및 ‘식사혁명’등의 저서를 출간해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풀무원의 건강관리 식단 전문브랜드인 ‘잇슬림’ 사업을 맡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풀무원 본사에서 만난 남기선 박사는 코로나19 위기 시대에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며 운을 뗐다.
“장 내 미생물은 현재 핫한 이슈입니다. 코로나19 감염 시 치명율을 높였다는 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기저질환 및 만성질환도 장 내 미생물의 불균형이나 과다한 염증반응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면역기능에 필수적인 유익균들이 없어진다면 외부 감염에 취약해 질 수 밖에 없어요.”
장 내 미생물의 중요성은 그동안 우리가 잘 몰랐던 부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장 내 미생물을 동정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여러 연구를 통해 균총 및 특정 균의 효과도 알아낼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남 박사는 덕분에 최근 장 내 미생물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면역력 향상을 위해 장 내 미생물을 강조한 남기선 박사. 그는 장 건강을 위한 식습관으로 소식과 식물성 위주의 식단을 꼽았다. |
▶장 내 미생물, 내가 먹는 음식에 따라 달라져=장 내 미생물은 사람마다 다르다. 면역력을 위해 좋은 미생물을 가지고 있으려면 나와의 ‘공생’ 관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가 가장 강조한 부분이다.
“면역력뿐 아니라 우리 몸의 전반적인 건강은 장 내 미생물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이 장 내 미생물은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대장내 미생물들은 먹이를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물질을 만들어내며 이로 인해 체내 대사가 달라집니다. 곧 내가 먼저 좋은 먹이를 장 내 미생물에게 제공해야 건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남 박사에 따르면 장 내 미생물은 우리 몸의 세포수보다 많다. ‘제 6의 장기’는 장 내 미생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자폐증까지 연관된다는 보고도 있다. 장 내 미생물의 중요성은 항생제 남용 문제와도 이어진다. 항생제가 나쁜 균뿐 아니라 장에 서식하던 좋은 균까지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장 내 미생물 생태계의 교란을 촉발하는 것과 흡사하다. 즉 장이 건강하려면 장 내 미생물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하며, 특정 비율로 구성된 건강한 생태계가 필요하다.
▶유익균의 먹이인 ‘식이섬유’가 중요=장 내 미생물의 황금 비율은 유해균보다 우세한 유익균의 수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이섬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 건강을 위해서는 우선 유익균의 먹이가 중요하고, 그 먹이 중에서는 식이섬유가 가장 필요해요.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으면 당분이나 지방의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인은 정제된 당분이나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는 반면 식이섬유는 부족하게 먹습니다. 많이 먹어야 할 것은 적게 먹고, 덜 먹어야 할 것은 많이 먹는 ‘영양 불균형’이 문제이죠. ”
장 건강을 위해 권장하는 식생활은 첫 번째 ‘소식’, 그리고 ‘채식 위주의 식단’이다. 남 박사는 식이섬유가 많은 채식 위주로 음식을 먹어야 장 내 좋은 미생물이 내 몸에 잘 서식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잇슬림’에서 준비중인 신제품도 장내 미생물과 특화된 식단이다.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향하는 잇슬림은 단순한 칼로리 조절 식단이 아니라 비만과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강식이다. 실제 임상실험에서 잇슬림 섭취 후 장 내 미생물 균총의 변화를 확인하기도 했다. 성인 64명을 모집해 실험한 결과, 하루 한 끼 잇슬림을 먹은 그룹(23명)은 2주 후 장 내에서 비만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퍼미큐티스균의 비율이 낮아졌다. 장 내 유익균인 비피더스균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해당 식단은 통곡물이나 채소를 사용해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들이다. 남 박사는 “서민음식으로 불리는 콩나물이나 김치 등은 보기엔 시시해보일지라도 식이섬유가 풍부한 훌륭한 음식”이라며 “채소와 과일뿐 아니라 입에는 거칠어도 통곡물과 씨앗등을 자주 먹는 것이 장 건강에 이롭다”고 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통곡물, 채소를 사용한 풀무원 건강관리 식단 브랜드 ‘잇슬림’ |
식이섬유 외에 최근 대세로 떠오른 영양소, 단백질은 어떨까. ‘단백질이 면역력에 중요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남 박사는 “단백질이 부족할 경우에는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지만, 단백질 섭취를 많이 할수록 면역세포가 더욱 많아지거나 그만큼 면역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보다는 장 내 미생물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식단의 효과는 하루 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또한 장 내 미생물의 건강한 숲이 망가진다면 회복 기간이 꽤 오래 걸린다. 그래서 그는 “입이 즐거운 음식이 아니라 미생물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거듭 말한다. 남 박사는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장 건강에 대한 올바른 식습관이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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