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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 고혈압은 아니라고? ‘예방 초점’땐 달라질 수도
  • 2021.08.26.
미국 ‘고혈압 1단계’=한국 ‘고혈압전단계’
한국기준 ‘전단계’ 동맥경화 발생 1.37배 ↑
130/80㎜Hg 이하로 혈압 조절했을때
심혈관질환 발생 기존보다 21%↓ 추산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전단계, 관상동맥경화증 상관관계 입증
심혈관 질환 예방에 기여 할 것 기대”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에서 ‘전단계(수축기 130~139㎜Hg/이완기 80~89㎜Hg)’로 진단되더라도 관상동맥경화증 유병율이 정상인보다 1.37배 높아 국내 진단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미국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 1단계로 진단한다. 미국의 고혈압 1단계 기준은 우리나라에서는 고혈압전단계로 분류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이필형 교수팀과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윤용훈 교수는 국내 기준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과 정상 혈압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경화증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관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1.3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관상동맥경화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경화반이라는 단단한 섬유성 막이 생기고, 경화반이 파열되면서 만들어진 혈전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상태를 말한다. 관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의 심장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수검자 중, 심장질환이 없고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46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군(120/80㎜Hg), 고혈압 전단계(120~129/80㎜Hg), 1단계 고혈압(130~139/80~89㎜Hg), 2단계 고혈압(140/90㎜Hg)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정상 혈압군과 비교해 고혈압 전단계에서는 1.12배, 1단계 고혈압에서는 1.37배, 2단계 고혈압에서는 1.6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심장학회는 지난 2017년에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Hg에서 130/80㎜Hg으로 낮춘 반면, 유럽과 우리나라는 기존대로(140/90㎜Hg) 유지하고있다. 미국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근거는 2015년 발표된 ‘수축기혈압 중재임상시험(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SPRINT)’이다. SPRINT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에 개정된 미국의 진단기준 재설정은 전세계 의료진 사이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도 많은 논의와 의견이 있었다. 미국의 기준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년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이전과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했다. 유럽 등의 국가들도 기존 기준을 유지했다.

미국의 기준이 재설정 되었을 당시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성인 1만5784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발표한바있다. 당시 조사결과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 비율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기존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율이 59.5%였던 반면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또한 미국의 기준치를 적용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30/80㎜Hg 이하로 혈압조절을 했을 때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기존처럼 140/90㎜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21%나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진단기준을 미국기준으로 낮추면 수치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 중 6% 정도의 환자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는 되지만 혈압약 처방이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어 지금의 우리나라 기준인 고혈압전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연구팀은 연구결과만으로 국내 고혈압 관리 목표치를 미국의 기준으로 강화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연구를 주도했던 강시혁 교수는 당시에도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인식도를 높이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하면서 국내의 진단기준을 강화해야하는 논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미국의 기준이라고해서 꼭 따를 것은 아니지만 결국 고혈압 진단기준 강화논란은 심뇌혈관질환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번에 연구를 주도한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약 20년간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고혈압의 기준을 낮추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고혈압의 기준을 낮추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많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고혈압 전단계가 관상동맥경화증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만큼, 향후 국내 고혈압의 진단 기준 재설정 및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

국내 고혈압 진단기준에서 ‘전단계(수축기 130~139㎜Hg/이완기 80~89㎜Hg)’로 진단되더라도 관상동맥경화증 유병율이 정상인보다 1.37배 높아 국내 진단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국내 의료진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미국에서는 수축기 혈압이 130㎜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Hg 이상인 경우를 고혈압 1단계로 진단한다. 미국의 고혈압 1단계 기준은 우리나라에서는 고혈압전단계로 분류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이필형 교수팀과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윤용훈 교수는 국내 기준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과 정상 혈압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경화증의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고혈압 전단계 환자군이 정상 대조군에 비해 관상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이 1.3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관상동맥경화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 벽에 콜레스테롤이 침착돼 경화반이라는 단단한 섬유성 막이 생기고, 경화반이 파열되면서 만들어진 혈전으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상태를 말한다. 관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등의 심장질환을 일으키게 된다.

연구팀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수검자 중, 심장질환이 없고 항고혈압제를 복용한 적이 없는 466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대상을 미국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상군(120/80㎜Hg), 고혈압 전단계(120~129/80㎜Hg), 1단계 고혈압(130~139/80~89㎜Hg), 2단계 고혈압(140/90㎜Hg)으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관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정상 혈압군과 비교해 고혈압 전단계에서는 1.12배, 1단계 고혈압에서는 1.37배, 2단계 고혈압에서는 1.6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심장학회는 지난 2017년에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Hg에서 130/80㎜Hg으로 낮춘 반면, 유럽과 우리나라는 기존대로(140/90㎜Hg) 유지하고있다. 미국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근거는 2015년 발표된 ‘수축기혈압 중재임상시험(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SPRINT)’이다. SPRINT 연구에서는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을 120㎜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률 및 사망률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7년에 개정된 미국의 진단기준 재설정은 전세계 의료진 사이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도 많은 논의와 의견이 있었다. 미국의 기준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대한고혈압학회는 2018년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이전과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했다. 유럽 등의 국가들도 기존 기준을 유지했다.

미국의 기준이 재설정 되었을 당시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성인 1만5784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발표한바있다. 당시 조사결과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 비율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기존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율이 59.5%였던 반면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또한 미국의 기준치를 적용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30/80㎜Hg 이하로 혈압조절을 했을 때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기존처럼 140/90㎜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21%나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진단기준을 미국기준으로 낮추면 수치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 중 6% 정도의 환자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고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는 되지만 혈압약 처방이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어 지금의 우리나라 기준인 고혈압전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연구팀은 연구결과만으로 국내 고혈압 관리 목표치를 미국의 기준으로 강화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연구를 주도했던 강시혁 교수는 당시에도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고혈압 인식도를 높이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하면서 국내의 진단기준을 강화해야하는 논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미국의 기준이라고해서 꼭 따를 것은 아니지만 결국 고혈압 진단기준 강화논란은 심뇌혈관질환을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번에 연구를 주도한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혈압 진단 기준은 약 20년간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고혈압의 기준을 낮추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고혈압의 기준을 낮추려면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많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고혈압 전단계가 관상동맥경화증과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만큼, 향후 국내 고혈압의 진단 기준 재설정 및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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