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소재 옷 입고 몸은 청결하게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직장인 김모(35)씨는 며칠 전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한 경험을 했다. 더운 날이어서 온종일 땀을 많이 흘렸는데 땀이 마르면서 쉰내가 났는지 사람이 꽤 많은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사람들이 없었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니 본인을 째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근처에 있던 한 어린 아이가 코를 막고는 "엄마, 지하철에 노숙자가 탔나봐. 이상한 냄새가 나!"라고 말하는 바람에 김씨는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내리고 말았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땀이 많이 나는 시기다. 땀은 체온 조절, 향균·보습 등 신체 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 안의 열을 땀을 통해 많이 배출하게 된다. 때문에 여름철 땀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유독 다른 사람에 비해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이나 땀냄새가 심한 '액취증' 환자에게는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다한증은 긴장하거나 더우면 손, 발에 땀이 많이 나는 질환이다. 생리적 요구보다 비정상적으로 땀이 많이나는 경우 다한증으로 진단하는데 국소적 부위, 얼굴,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등에 땀이 많이 나고 과도한 땀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보통 정상인 사람이 하루 흘리는 땀의 양이 600~700㎖인 반면 다한증 환자는 그보다 3~8배 많은 2~5ℓ를 흘린다.
실제 다한증 진료 환자는 여름에 급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다한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1만2421명이었는데 환자는 주로 7~8월에 집중됐다. 7월 진료 환자는 1823명이었으며 8월에도 이와 비슷한 1767명이 진료를 받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699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대(2934명), 30대(1898명) 등으로 10~30대가 69%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55.3%, 여성이 44.7%로 남성이 여성보다 약간 많았다.
반면 액취증은 아포크린 땀샘 작용과 관련이 있다. 아포크린 땀샘은 주로 겨드랑이에 분포되어 있는데 젖꼭지, 배꼽, 생식기 부위에도 일부 분포돼 있다. 일반적으로 사춘기 때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아포크린 땀샘의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자주 액취증이 발생하게 된다. 통증이 있지는 않지만 냄새로 인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 쉬워 대인관계 등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정서상 예민한 사춘기 시절 액취증은 대인 기피까지 갈 수 있다.
다한증이나 액취증 모두 평소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목욕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으며 땀이 많이 나는 겨드랑이 부위 등은 씻은 후 완전히 건조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옷은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소재로 된 것이 좋다. 그럼에도 땀이 많이 나는 경우라면 여벌의 옷을 가지고 다니면서 옷을 교체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희재 경희대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교수는 "덥다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찬 공기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긴장을 유발하는 카페인 음료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