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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무르지 않는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
  • 2017.03.14.
“공시생인데 매일 커피 사들고오시는 건 사치 아닐까요? 같은 수험생끼리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져서요….” (한 노량진 공시생의 메모)

‘커피’란 무엇일까요? 현대인이 가장 사랑하는 기호식품. 하루에도 몇잔씩 마시게 되는 중독성 강한 음료. 씁쓸한 향과 달콤한 향이 미묘한 행복감을 불러일으키죠. 주위에서 은은한 커피 향이 퍼져 나올 때면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욕구를 참기 힘들죠. 서울 노량진의 공시생도 커피를 마시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돈을 쓸 여유가 없어 위축됐을 것이고요.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냐는 눈초리도 많지만 말입니다. 
[출처=게티이미지]
한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후식’, ‘사치의 상징’으로 총탄을 맞았던 커피가 있습니다. 스타벅스(Starbucks)죠. 다양한 비난도 쏟아지지만, 지금의 ‘카페 문화’를 만든 것도 스타벅스입니다. 몇백 년 전 서양에서도 ‘커피하우스’나 ‘살롱’이 있었지만 이렇게 대중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뻗어 있는 카페의 탄생은 스타벅스의 손에서 나왔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카페들은 집도, 회사도 아닌 ‘제3의 공간’입니다. 단순히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책도 읽고, 밀린 업무도 하는 곳이니까요.

그렇다면 오늘날의 스타벅스를 일군 사람은 누구일까요?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ㆍ64) 스타벅스 회장은 30여 년 전 커피가 좋아 스타벅스에 입사했다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려고 퇴사했다가, 결국 스타벅스를 인수해 현재의 커피 제국을 만든 사람입니다. 어떻게 가능했느냐고요? 2011년 출간한 자서전 ‘온워드(Onward)’에서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습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출처=게티이미지]
‘온워드’는 사실 그의 두 번째 책입니다. 1999년 한참 ‘잘 나가던’ 스타벅스 CEO(최고경영자)로서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담아 ‘스타벅스’라는 제목의 책을 발표했죠. 하지만 이듬해인 2000년 돌연 CEO직을 내려놓습니다. 자신이 구단주로 있던 미국 프로농구팀 시애틀 슈퍼소닉스 등의 관심사에 전념하겠다는 이유였죠. 

그랬던 그가 2008년 다시 CEO로 돌아오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온워드’의 이야기도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슐츠는 자신이 CEO에서 물러나 있는 기간에 스타벅스는 외형적 성장을 거듭했지만, 알맹이가 빠진 상태였다고 판단합니다. 점포 수는 늘어만 가는데 고객과 직원의 만족도는 점점 낮아지는 현실. 슐츠는 결단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는 ‘스타벅스 경험’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스타벅스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자는 독려를 하면서 쓴 말인데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커피의 맛’과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이 주는 만족감’이죠. 

미국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위치한 스타벅스 1호점

스타벅스 CEO로 복귀한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미국 전역 스타벅스 매장 7100개의 문을 일시에 모두 닫은 것입니다. 손님을 받지 않는 매장에서 바리스타들은 재교육을 받고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죠. 그전까지 바리스타들은 밀려드는 손님이 벅찼습니다. 그래서 주문 즉시 커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미리 내려놓거나, 거품 빠진 우유로 카푸치노를 만드는 식이었죠. 그래서였겠죠. 2007년 컨슈머리포트의 블라인드 시음 테스트에서 스타벅스 커피가 맥도날드 커피보다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죠. 얼마나 충격이었을까요?
한 가지 더. 그는 치즈냄새에 커피 향이 가려지는 것을 꺼려하면서 꽤 인기있던 샌드위치 메뉴를 중단시켰습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하워드 슐츠

그러면서 스타벅스가 커피 이외의 분야에 확장한 사업들을 정리하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한때 스타벅스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꿈꿨습니다. 매장에서 틀어주는 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CD를 팔고, 책도 팔고, 가족영화 DVD도 팔았죠. 업계에서 스타벅스에 흔쾌히 내놓은 홍보비로 적잖은 돈도 벌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무적불패의 호기가 낳은 자만심의 발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상합니다. 

이외에도 슐츠는 여러 혁신을 시행합니다. 새로운 메뉴를 도입했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인스턴트 커피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리워드(Rewardㆍ보상)’ 프로그램을 실행해 단골 손님을 유지하기도 했죠. 또, 커피머신을 새롭게 도입하고 원두 로스팅 방법도 연구를 계속합니다. 

스타벅스가 2009년 출시한 인스턴트 커피 ‘VIA’ [출처=게티이미지]
여기서 우리는 슐츠의 리더십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단지 한 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전략가로서만 평가되어선 안 됩니다. 그는 스타벅스 고객과 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공간’을 만들어낸 타고난 리더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스타벅스는 미국에서만 600개 매장을 폐쇄하겠단 결정을 내려야 했는데, 그 사실이 알려지자 각 지역의 주민들이 슐츠에게 이메일을 보내 “제발 우리 동네의 스타벅스를 없애지 말아주세요”라고 간청을 했다는 에피소드도 인상깊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가 복귀했던 2008년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쳤던 해였습니다. 투자자나 직원들, 고객들은 제각기 ‘스타벅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는 회의를 가졌죠. 하지만 그는 이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었습니다. “다시 스타벅스가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이죠. 앞에서 이야기한 리워드 프로그램, 인스턴트 커피, 새로운 커피머신의 도입 등이 이러한 노력이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책이 출간된 지도 벌써 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그 사이 커피 시장도 많이 변화했습니다. 글로벌 커피 체인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심지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카페까지 등장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스타벅스의 경쟁자였던 맥도날드 맥카페(McCafe), 던킨도너츠 등은 여전히 스타벅스의 경쟁자입니다. 한시도 경계를 놓칠 수 없게 하죠. 스타벅스가 진출한 70여개국 중 매장 수로 5위를 기록하고 있는 곳, 한국에서마저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스타벅스가 선제적으로 만들어 놓은 커피 시장 파이가 커진 덕분(?)이죠.

스타벅스도 물론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이 자서전에 담기지 못한 이후의 이야기들이 이를 증명하죠. 슐츠의 주도 아래 스타벅스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습니다. 리워드 카드가 스마트폰으로 들어갔죠. 또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히 주문을 넣는 ‘사이렌 오더’도 출시됐습니다. 또 기존 매장과 차별화ㆍ고급화한 ‘리저브 매장’을 확대했습니다. 직원의 복지에도 여전히 적극적입니다. 시간제 직원에게도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온라인 학사 과정 등을 지원합니다. 한국에서는 모든 직원이 정규직입니다. 스타벅스는 많은 연봉보다 삶의 질과 직업 만족도를 중시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직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밝은 면만 있을 것 같은 CEO 슐츠에게도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되는 이슈가 있기는 합니다. 유대인인 그가 이스라엘 단체를 통해 대(對) 팔레스타인 전쟁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그것이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합니다.
사회적인 이슈에도 나서 말하길 꺼리지 않는 기업가로도 유명합니다. 미국의 신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그는 바로 “향후 5년간 전 세계에서 난민 1만명을 채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는 미증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날선 비판과 함께 말이죠. 

슐츠는 다시 한 번, CEO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오는 4월에 케빈 존슨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사장에게 CEO 직을 이양하기로 했죠. 콜드 브루 커피 등 요즘 인기있고 조금 더 앞서나갈 ‘하이엔드’ 커피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에서 출간된 ‘온워드’ [출처=게티이미지]
슐츠는 직원들에게 편지를 쓸 때 언제나 “온워드”라는 말로 끝맺는다고 합니다. 영미권에서 관습적으로 쓰이는 ‘진심으로(Sincerely)’나 ‘안부를 전하며(Best Regards)” 대신이죠. “전진, 앞으로!”라는 뜻입니다. 그가 물러나는 4월에도 스타벅스 직원들은 똑같이 ‘온워드’라고 써진 편지를 받을 듯 합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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