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잎은 감칠맛·속대는 단맛
배추 된장 무침 [샘표 ‘우리맛 연구’ 사이트 캡처] |
[리얼푸드=육성연 기자] 한국인이 즐겨먹는 채소는 단연 배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배추 연간 소비량은 2020년 기준으로 47.5㎏(약 19포기)이다. 채소류 소비량의 3분의 1가량을 배추로 채우는 수준이다. 주로 김치를 통해 소비된다.
김치는 웰빙 음식이지만 강한 양념과 발효된 맛에 배추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는 어렵다. 김치 외에도 배추는 다양한 조리법을 통해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샘표가 발간한 ‘우리맛 연구 보고서 – 우리 채소’에 따르면 조리 방법을 달리하면 배추가 가진 고소함과 감칠맛, 단맛 등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샘표 관계자는 “배추는 부위와 품종, 식재료 결합에 따라 맛과 향이 모두 달라진다”며 “배추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다소 제한적인 활용에선 아쉬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처럼 비가열 조리 시엔 신선함과 아삭함을 즐길 수 있는 반면, 습열 조리에선 식감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감칠맛과 단맛이 크게 상승한다.
간단히 익혀먹는 ‘된장 배추 무침’을 활용해도 좋다. 접시에 배춧잎을 넣고 랩을 씌운 후 전자레인지에 3분 30초 돌린다. 찬물에 식혀 물기를 짠 후, 5㎝ 정도로 썰어서 결방향으로 찢는다. 여기에 된장, 참기름 등의 양념을 넣고 무치면 완성이다.
배추를 구워 먹으면 색다른 아삭함과 고소함을 즐길 수 있다. 유행인 ‘알배추 구이’가 해당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다이어트 시 스테이크 대신 먹는다고 해서 ‘알배추 스테이크’라고도 불린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물기를 제거한 배추에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로 밑간한다. 180도 온도로 예열한 에어프라이어에 10분간 구운 후,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가루를 뿌리면 된다. 취향에 따라 구운 베이컨 조각, 발사믹 드레싱을 더한다.
알배추 구이 [와일드플라워 레스토랑(왼쪽), 만개의 레시피 홈페이지 캡처] |
부위별로도 맛 차이가 있다. 배추의 속대로 갈수록 단맛이 난다. 배추 중간 부위나 속대는 무침이나 생채 요리에 적합하다.
반면 겉잎은 감칠맛과 고소한 맛이 난다. 특히 겉잎에는 속대보다 많은 비타민C가 들어있어 국수 국물 등에 활용하면 좋다. 배추 겉잎을 국물로 우려낸 ‘배추 잔치국수’가 좋은 사례다. 배추의 감칠맛을 즐길 수 있는 요리다. 먼저 냄비에 배추 겉잎과 물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인다. 중간불로 줄여 15분간 더 끓이면 시원한 국수 국물이 완성된다.
수확 시기에 따라서도 맛이 다르다. 10월 말부터 수확하는 배추를 ‘가을 배추’라고 부르는 데, 여름 배추보다 밤, 고구마 같은 고소한 맛이 잘 느껴진다. 수분도 더 많다.
잘 어울리는 식재료는 굴, 등푸른 생선, 잣, 유제품 등이 있다. 굴은 배추의 감칠맛을 살리고, 잣은 고소한 풍미를 더해준다.
유제품과도 잘 어울리므로 서양요리에 사용해도 좋다. 배추의 단맛이 유제품의 고소함을 끌어올리고, 더욱 깔끔한 뒷맛을 만든다.
또 등푸른 생선을 배추와 함께 조리하면 배추의 황화합물 성분에 의해 생선 비린내를 줄일 수 있다.
배추는 영양소가 우수한 식품이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선정한 ‘영양밀도가 높은 채소’ 순위에서 1위 물냉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17가지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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